늦은 봄, 초여름 같은 청춘 이야기
촉촉하게 비가 내리는 늦 봄, 초여름의 맨하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청춘들의 이야기입니다. 재즈에 푹 빠져있는 '개츠비', 영화를 사랑하는 대학신문 기자 '애슐리', 그리고 꿈을 쫓는 낭만 주의자 '챈'의 꿈과 관계에 관한 스토리가 동화같은 영상으로 보여집니다. 탄탄한 스토리 보다는 음악, 영상, 분위기가 늦은 오후 커피 한잔 하며 보기 좋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다른 여타의 우디앨런 영화처럼 잔잔하게 시작하고, 잔잔하게 지나가면서, 잔잔하게 끝이 납니다. 다이나믹 마블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지루한 영화가 되겠지만, 음악과 영상이 이리저리 잘 어우러져 한번 쯤은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음악 뭐지?
영화를 쭉 따라가다가 '엇! 다시다시 다시볼래' 하고 돌려본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 개츠비, 티모시살라메, 가 피아노를 연주하며 Everything happens to me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평상시에 듣기에도 너무 좋은 노래인데, 티모시가 그 표정과 그 음색으로 부르는 장면은... 저도 모르게 두 번 돌려 봤습니다.
이 영화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OST가 티모시의 노래 부르는 장면 이지만, 이 곡 이외에도 많은 재즈 음악이 영화 내내 함께 흐릅니다. 좋은 음악만 골라놓은 이 영화의 OST 들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내 기준 영화 속 명곡들
- I Got Lucky in the Rain
- Will You Still be Mine
- Everything Happens to Me
- Misty
- They Say It's Wonderful
- New York Nights
... 그 외에도 좋은 음악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남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27살에 공부하겠다고 졸업이라는 목표만 가지고 도착한 뉴욕, 저에게 맨하탄은 한없이 치열했고, 돌아보면 너무나 아련한 도시입니다. 도시의 화려함도 기억 곳곳에 남아있지만, 더 생생하게 남아있는 지배적인 기억은 늘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제자신의 모습입니다. 언젠가 다시 그렇게 모든 것을 쏟아내며 앞만 보고 달릴 수 있게 되는 날이 올까요? 아니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에서 한번 .. 혹은 두번 정도 찾아오는 '열심 moment' 인건지..
열심히 살았던 시간이었기에 후회는 없지만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주변을 둘러보면서 지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그리움이 많이 남아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영화든 드라마든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콘텐츠는 내용에 앞서서 내적 친밀감을 가진 상태에서 시작하고, 은연중에 뉴욕 배경의 영상콘텐츠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주인공의 모습보다도 배경에 더 눈이 많이 가고... 저런 풍경을 왜 그땐 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
역시 한발자국 물러서서 바라보면 더 아름다워 보이고, 지나고 보면 슬프고 안좋은 기억은 자동 블러 처리 되고 행복한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기억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이 영화가 남들보다 한 뼘 더 촉촉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영화속에서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는 청춘의 모습에서 그 때의 나의 모습이 보이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의 열정페이에 가까운 인턴생활을 하고, 끝나고 학교로 달려가 저녁 수업을 듣고, 녹음한 수업파일을 듣고 또 들으며 밤새 과제를 마치고 나면 다시 일하러 나갈 시간... 그게 그렇게 좋았습니다. 살아있는 것 같았고, 이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었고..
학교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그렇게 좋아했던 일이 지금의 제 업이 되었는데 왜 그 때 만큼의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인생이라는 것은 그 단계에 맞게 나의 행복감을 충족시켜주는 카테고리가 어느정도는 정해져 있는 것일까요? 인간의 생애주기별로 각기 다른 행복의 도표 같은게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나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길이 맞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의 청춘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내고 있는 각자의 삶의 모습이. 훗 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일이 되면 어떡할지.. 그런데 후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내 모든것을 쏟아내서 걸어본 길은 그 길이 방향이 조금 틀렸었다고 하더라도 온전히 정복한 경험은 완전히 내 것으로 체화 되더라구요. 저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 볼까 말까?
봄비를 맞은 후에 파릇파릇 돋아나서 불타는 여름을 온 몸으로 맞이하는 젊음의 기운을 좋은 음악과 같이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비 오는 오후 커피 한잔 내려놓고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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