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Pathe Live 인간혐오자
제목: 인간혐오자 (Le Misanthrope)
관람일: 2022.04.23 14:00 (관람시간: 180분, 10분 휴식 포함)
한달이 지난 후 다시 곰곰히 돌아보며 적는 감상평.
다름에 대한 비난과 험구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의 탄생 400주년을 맞이하여 날씨 좋은 봄날 국립극장에서 관람한 인간혐오자입니다. 모든것이 아름답게 보일정도로 좋은 날씨와 연극의 제목이 너무나 역설적이었는데, 어쩌면 그 모습이, 그 날의 온도, 습도.. 풍경 모든 것이 그 자체가 이 작품에 대한 총평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연극은 두 남녀 주인공, 셀리멘과 엘세스트의 관계와 갈등 그리고 그 주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위선, 허세, 허위를 적나라하게 끄집어내 들여다 보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권력에 대한 선망과 추종, 그리고 철저히 나를 중심으로 하는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 서로가 다름에 대한 비난과 험구가 넘쳐 흐르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주인공은 서로에 험담에 대한 법원판결에서 패소했음에도 "우리 시대의 악덕을 보여주는 사례"로 후세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자신이 틀린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자기 합리화를 통해 나와 다른 인간의 타락함을 증오할 권리가 생겼다고 끝까지 생각하며 극이 마무리 됩니다. 당시에는 물론 지금 이 시대에도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연극이었습니다.
학교교 졸업 후, 감사하게도 나름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고 이렇게 저렇게 살다보니 어느새 한 직장에서 7년이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부쩍 지나 온 인생이 문득문득 돌아보게 됩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밤의 산책길에 특히 그런 생각이 많아져서 인지, 인생이 어떤 것인지. 내 주변에 지금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지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걷는 시간이 많습니다.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위선과 허세, 허위로 가득찬 관계에 대해서 예전에는 많이 분노하고 바꾸려고 애쓰기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너무나 괴로웠던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럴까?', '이게 최선일까?' '저렇게 살면 좋아?' 남의 행동을 쉽게 비난하고, 내가 정해놓은 규율과 바운더리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다 틀렸다고 생각했던 적도 많았지요. 거기에 쏟아내야 하는 에너지 소모가 너무나 컷던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분노할 필요 없었는데.. 나와 다른 사람이고, 각자 자기들만의 사정이 있는것을.. 한 발자국만 물러나서 바라보면 그 위선 속에 숨겨진 사정이, 허세로움 뒤에 감추고 싶었던 나약함을 좀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인간이 각기 서로 다름을 인지하는 것 만으로도 많은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우리가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것
사람이라는 것이 각각의 존재별로 너무나 다른 DNA를 가지고 다른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사실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서로가 다름,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 아닐까요? 얼마전 후배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알리며 오랜만에 대학시절 후배들과 자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도 우리의 마음은 너무도 20살 21살 때의 모습과 같은데, 결혼한 친구들이 생기고 어느덧 7~8년 사회생활을 지내 온 우리들은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 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아.. 사람의 인생은 이렇게 성장하고 나아가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상대를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서 어느 한명의 라이프 스타일을 상대에게 강요하고, 너는 왜 그렇게 하지? 라는 생각 보다는 아. 너는 그렇게 하는구나. 오케이. 하고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 어쩌면 오랜시간 관계를 행복하게 이어갈 수 있는 비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단 결혼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친구관계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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